언젠가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베겨갈 때 쯤에..
그렇게 손가락이 아파올 때쯤에 하얗고 까만 건반이 눈에 들어왔다.
어릴 때부터 배우고 싶었지만 그건 내 운명이 아니었는 지
하나의 건반을 두드릴 기회도 없었다.

볼 줄 모르는 악보를 눈앞에 두고 음계를 되뇌이면서 한음 한음 건반을 두드려봤다.
가슴 찌릿하게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너무나도 신선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.
치고 싶다.. 더 많이 더 빠르게.. 단순히 그런 마음은 불협화음만 가득한 소리만 만들었다.
그렇게 눈앞에서 또한번 운명이 아닌 거라 생각하고 손을 내려놓았었다..

지금은 기타도.. 치지 않고 있다.
언제였는 지 모른다.
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조금씩 사그라질 때부터.. 였는지..

가을보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에 더욱더 마음은 차갑고 싸늘해진다..
이럴 때 가끔씩 듣던 따뜻한 소리가 듣고 싶다.
주위가 어두워진 그 좁은 곳에서 펜을 들고 그 수많은 문제와 글들을 마주하면서
고뇌하고 머리아파하기보다는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만..
기타를 벽장에 집어넣을 때 그 현실에 대한 절실함이..
쉬고 싶은 마음 또한 마음속 깊은 벽장 속에 넣어두고는 갈길을 제촉한다..

가끔 손가락이 아프도록 내리치던.. 그 열정이 그립다..


Yiruma - Indigo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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